카테고리 없음

단순히 가계부가 아냐~

권미미 2021. 8. 26. 00:25

가계부 앱을 깐지는 꽤 오래전의 일이다
최초의 흔적은 2017년 6월 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 카테고리 구분도
없고 말그대로 기록만 돼있는 상태다
그 기록도 내가 직접 작성한 게 아니라 카드결제 문자에 의해 자동으로 기록된거다

처음 몇 년간은 그냥 그 상태로 방치돼있다가 2019년에 제대로
써보자싶어 카테고리 구분을 처음 해봤는데 가계부를 생애 처음 써보는거라 카테구리 구분하는 것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기껏 신경써서 지출목록을 구분해놓으믄 목록에 없는 지출이 발생해서 다시 목록을 구분해야했고 구분이 애매한 지출이 발생하면 어느 목록에다 넣어야 될지 몰라 잠시 방치하다보니
얼마안가 가계부는 개판 일보직전인 집구석을 보는 것마냥
심난해져있었다
하루종일 옷정리를 공들여 했는데 얼마안가 옷들을 토해내는 서랍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무튼 나에게 가계부란 노트에 쓰던,
앱을 쓰던 어렵게 느껴지는 건 똑같았다 가계부 쓰는게 넘 어렵게 느껴져서 가계부 쓰는 법을 검색해본적도 있었지만 그들과 나의
삶의 방식이 다르다보니 그들의 방법도 내겐 적합하지가 않았다

가계부 쓰는게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면서 자학에 이르게된다
ㅋㅋ
아니 남들은 쉽게쉽게 잘만 쓰더만 대체 너는 앱이 있어도 왜 활용을
못하는게야~~~~ 게을러터져가지곤 그것도 하나 제대로 못하는게
뭔들 제대로 하겠어!!! 이러고 스스로를 갈구길 여러번ㅋ
'가계부 쓰다 스트레스 받아 발생하는 ㅅㅂ비용이 더 크겠다!'
로 합리화하며 나는 가계부 쓰는 것을 포기하게됐다


매번 실패했던 가계부를 제대로 쓰기 시작한 건 작년 5월부터였다 개인적으로 나름 큰 변화가 있어서 그 일을 계기로 다시 쓰게 되었고 한 달 동안의 노력으로 드디어 나에게 맞는 가계부 쓰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이번엔 정말 성공하고싶다는 마음이 컸다
가계부 그까짓게 뭐라고 이걸 못해서 이렇게 몇 년을 쩔쩔매나
싶은게 승질도 좀 나고 ㅋ
그렇게 시작한건데 막상 성공하고보니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 내 삶을 제대로 되돌아보는 것 "


그게 전부였다
가계부 쓰는 것을 성공하고 싶으면 자신의 삶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된다
그 시작은 그간 문자전송으로 자동 기록돼있던 3개월 분량의 지출을 꼼꼼히 보는 거다 3개월간 고정적으로 빠져나간 돈(ex.관리비나 보험료 등)을 고정지출로 정하고 그 외의 지출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변동지출 부분에서 몇 번의 수정 끝에 드디어 나만의(?) 지출 카테고리가 완성됐다 변동지출 부분 카테고리가 완벽히 분류가 되니 내 작고 소듕한 급여가 어떻게 내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는지가 보였고 그걸 기반으로 나는 지출을 통제 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게 되었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건 돈을 모으고 싶다라는 단순한 소망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막상 하고보니 가계부는 단순히 돈의 흐름만을
보는게 아니였다 지출 카테고리를 분류하기 위해 3개월간의 내역을 보는데 내 인생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지출의 대부분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쓴 돈이였다 나를 위해 쓴 돈은 전체 지출에서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그간 나는 나를 위해서 시간과 돈을 쓰지않았다 나 자신을 살갑게 돌보지않고 내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돌보는데 내 돈과 시간의 대부분을 쓰고 있었다
정에 약한 나는 다른 사람의 요구를 거절하지못해 지난 40여년간
이런 삶의 패턴을 계속 유지했던거다 그 패턴을 벗어났다면 지금쯤
부자가 돼있거나 나한테 충실했던 삶을 살았을테니 - 가난하고
삶 자체가 힘들었을지언정- 지금처럼 허탈하진 않았을거다
내 삶이 이정도로 목적없이 흘러가는지 몰랐고 그 충격은 꽤 컸다
그 이후로 가계부는 안정적으로 계속 기록이 돼왔고 내가 나답게 살고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


지출내역은 지금 내 인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가계부쓰기 #독거중년먹고살기힘들다 #짠테크중 #이러다ㅅㅂ비용터질까무섭 #인생역전엔가계부보단로또한방